제 목 두부/ 김영미 시
이 름 관리자

두부 / 김영미 


 그러니까 상고시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총인구수를 알고 싶다면 두부를 먹어본 사람 수를 헤아리면 되리라 


 여기 두부가 있다 
 무색무취에다 자의식이 없는 두부는 돼지비계와 붙고 김치에 붙고 쓸개와도 어울린다 어떤 맛도 주장하지 않는 두부는 모든 맛과 거리를 두고 있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두부는 그냥 두부일 뿐, 아마 중용이란 낱말에 혀를 대어보면 십중팔구 두부맛이 나리라 네모로 잘리든 형이 으깨져 동그랑 땡이 되든 말 그대로 무아 무상이다 반야심경을 푹 우려낸 물에 간수를 넣어 굳히다면 아마 두부가 되리라 


 두부쯤이야 
 단숨에 짓뭉개버릴 수도, 심장 깊숙이 칼을 꽂을 수도, 나는 두부 앞에서 당당하다 젓가락으로 모서리 한 점을 건드려 본다 기다렸다는 듯 두부는 스스로 제 살점을 뭉툭 떼어 젓가락 쪽으로 옮겨 앉는다 칼로 잘라본다 칼이 닿자마자 두부는 온몸으로 칼을 받아들여 칼의 길이 되어버린다 큰 육모, 작은 육모, 조각 난 두부 어디에서도 칼의 흔적 칼의 상처를 느낄 수 없다 어느 칼잡이의 칼을 받아내는 솜씨가 이러할까 고수 중에 상고수다 

 온두부 
 연두부 
 연두부에다 순두부 
 두부는 연하고 순하다 따뜻하고 착하다 그래, 두부야, 그래서 두부야 그러니까 두부여 무엇이라고 이 두부놈아 아이구 두부님 어이구 두부시여 나의 화두는 이제, 두부이다 

 웹월간詩[젊은시인들] 4집 <여섯 개 안에 일곱 개>

김영미 시인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연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했다
지금은 외국 책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일과 편집 일을 하고 있다
2004년 시집<비가 온다> 한국문연 
 

DATE : 2013-01-26 [14:14] READ : 1450 DOWN : 0 RECOMMEND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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