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영의 두부칼럼 (며느리 두부)

며느리 두부를 아십니까?

며느리를 위한 두부?

이 글을 읽는 여성 독자 분들께서는 대단히 흥분되고 속상해 하실 일이지만

남존여비사상으로 여성을 천대하던 옛 시절에 집안에 들인 남의 딸(?)을 위해 따로 두부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해석하기 나름… 두 가지 이야기를 읽어보시고 선택하시기를….  

두부를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과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 일은 며느리가 할 일이었다.

힘들고 배고픈 며느리에게 절호의 기회가 주어지는 때가 있었으니

끓인 콩 물이 간수 치기 적당한 온도(80도 내외)로 식혀져야 하는

그 때에 콩 물 위로 노란 막이 뜨기 시작한다.

그 노란 막은 간수를 치는데 방해가 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건져 내어 버려도 그만인 그것을 걷어 한 켠에 담아두고 간수를 치고

구름 같은 순두부가 숙성되는 동안 며느리는 행주처럼 뭉쳐진

그 노란막 덩어리를 누가 볼새라 급히 먹기 시작한다.

눈물겨운 며느리두부에 대한 추론이다.

그러나 이렇게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두부를 만들고 있다.

시어머니가 가문에 새로 들어온 며느리에게 두부 만드는 시범을 보이는 중이다.

끓인 콩 물에 노란 막이 생기자 시어머니가 말한다.

“아가야! 이것은 몸에 매우 이로운 것이니

뱃속의 아기를 위하여서라도 네가 먹도록해라.”

며느리가 말한다.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드셔요.”

시어머니가 말한다.

“아니다. 나도 며느리 시절에 많이 먹어보았으니 너에게 양보하마.”

참으로 감동적인 모습이다.

이만하면 며느리 두부는 행복한 이름이다.

며느리 두부는 일본의 유바(yuba) 중국의 부죽(腐竹)의 한국이름이다.

고급요리 재료로 쓰이는 이 콩물 피(皮)는 콩 단백질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화피막을 형성하여 굳어지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대중화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것이다.

최근 중국교민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중국에서 수입되기도 한다.

더러 일식집에서 유바를 맛볼 수도 있다.

일본의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테이블에서 중탕 냄비에

콩 물을 데우면서 피막을 걷어 먹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며느리 두부를 국민건강식으로 대중화하여야 한다.